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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수요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마태오 16장 13-19절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너무나 인간적인>

 

 

    신구약 성경을 통틀어 주님께서 친히 이름을 바꾸어주시는 인물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아브람이 아브라함으로, 야곱이 이스라엘로, 그리고 시몬이 베드로로 바뀝니다.

 

    주님께서 이름을 바꾸어 부르시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들을 새롭게 창조하시어 당신의 일꾼으로 유용하게 쓰시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입니다.

 

    그런 하느님의 강한 의지 표현에 부응하여 이름을 바꾼 그들은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인생의 전반전을 마무리 짓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며, 충실한 하느님의 오른팔이 되어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한 제2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시몬의 경우 예수님으로부터 베드로라는 새 이름을 부여받습니다. 베드로란 이름의 뜻은 큰 바위, 반석입니다. 바위, 반석이란 단어를 보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입니까? 든든함, 변함없음, 충실성, 항구함, 안전한 의지처...

 

    그러나 베드로 사도가 우리에 보여준 모습은 그런 든든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모습이었습니다.

 

    복음서를 통해 드러난 베드로 사도의 모습을 묵상해보면 정말 인간적입니다. 너무나 우리와 비슷한 모습이어서 때로 편안함을 느끼며 안심이 되기까지 합니다.

 

    베드로의 성격은 공으로 표현하자면 럭비공이었습니다. 그는 좌충우돌, 우왕좌왕, 천방지축, 티격태격...어디로 튈지 모르는 특별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말도 수제자답게 조심조심 말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그때그때 내뱉다가 예수님으로부터 엄청난 꾸중을 듣기도 합니다. 복음서 내 제자들이 저지른 실수의 거의 대부분은 베드로 사도와 관련된 실수라고 봐도 크게 틀림이 없습니다.

 

    예수님의 도움으로 갈릴래아 호수 위를 걷게 된 베드로, 갑자기 기고만장해졌겠지요. 그런 베드로를 가만히 나두실 예수님이 아닙니다. 큰 파도를 보내셔서 물속으로 빠트리십니다. 갑자기 물에 빠진 생쥐가 된 베드로는 다급한 나머지 살려달라고 예수님께 소리소리 지릅니다. 잠시나마 어깨가 우쭐했던 수제자 베드로는 다른 제자들 앞에서 공개적인 대망신을 당합니다.

 

    수난 직전 예수님께서는 순순히 병사들에게 붙잡히십니다. 아버지의 때가 왔으니 가만히 있으라고 신신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베드로는 칼을 뽑아 대사제 종의 귀를 내리쳐 잘라버립니다.

 

    피가 뚝뚝 흐르는 잘라진 귀 한 조각을 손에 들고 아프다고 울부짖는 대사제의 종의 모습을 상상해보셨습니까? 귀를 잘랐기 망정이지 목이라도 쳤으면 살인자가 될 뻔 했습니다. 베드로는 그 순간 살인미수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그만큼 베드로는 전혀 예측 불가능한 돌출행동으로 예수님을 비롯한 제자공동체 멤버들을 당혹스럽게 하는데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죄인이요, 허물투성이, 천덕꾸러기인 베드로를 당신 교회 공동체의 수장으로 뽑으십니다. 참으로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오늘 우리 교회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공동체는 천사들로만 이루어진 공동체가 결코 아닙니다. 의인들의 집단도 아닙니다. 베드로처럼 실패한 사람, 배반한 사람, 죄에 떨어진 사람, 그러나 용광로처럼 뜨거운 하느님의 사랑을 만난 사람의 교회입니다.

 

    예수님은 셀 수도 없이 많은 인간적 나약함과 세 번에 걸친 배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베드로를 선택하시고 지속적인 사랑을 보내십니다. 그의 죄, 실수, 허물, 배신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시고 그 뒤에 서 있는 베드로라는 그 인간 자체, 그의 가능성, 그의 일편단심을 사랑하십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시선이 이럴진대 우리도 우리를 향한 시선을 좀 바꿀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 역시 많은 경우, 진실한 우리 자신을 바라보지 못합니다. 그저 우리의 실패와 허물, 배신과 타락, 과오와 죄만 바라봅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은 나의 한계와 부족함으로 인한 부산물이지 결코 내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친히 창조하신 가장 아름다운 작품인 나, 내 안에 주님의 현존으로 인해 가치 있고 고귀해진 나, 새로운 삶을 향한 무한한 가능성으로 충만한 나에 초점을 맞춰보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